올해도 어김없이 가을이 왔다.
사람은 늘 시간과 공간의 지배를 받는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현재의 공간은 너무나 견고하고 확고한 의미를 지니고 있어....
변화가 없다...
어제의 공간이 오늘의 공간이고...내일의 공간일 것이다.
남자 나이 서른 아홉이 원래...그런 것이다.
나와 아내는 10년전 가을에 깊은 사랑을 했다.
그래서 가을은 우리의 삶 전체를 지배하는 '시간적 의미'가 되었다.
난 윤부현이고 아내는 정상정이다.
나와 아내는 '대화'가 된다.
대화가 되는 이유는 나와 아내가 초등학교 동창생이라, 동시대에 비슷한 동네를 배회하고
다녔던 것도 있고, 부산의 물과 밥을 나눠먹었던 이유도 있을 것이다.
같은 사람끼리, 풋풋한 사람끼리 만나면 그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어른이 되어 나와 아내가 다시 만났을때...
아내는 나의 변한모습에...나는 아내의 하나도 변하지 않은 모습에 참 많이 놀랐다.
아내는 내가 두루두루 많이 알아서 좋다고 했다(사실 그렇게 말한 적은 딱 한번 있었다).
난 아내가 밝아서 참 좋다 (그렇다고 아내에게 말한적이 있던가?)
아내는 오래오래 참았다가 나에게 말을 하고...난 그 말을 금방 수긍한다.
그래서 우리는 싸우지 않는다...
나와 아내는 딸 세린이와 아들 재선이를 두었다.
광고의 말처럼 우리는 '학부형'이 아니라 '부모'를 지향한다... 아이들 교육에 관해서 별 트러블이 없다.
아내는 나에게 '교육자로써의 아버지'를 강요하지 않는다....참 좋다.
주말 오후..딸 아이와 좁은 쇼파에 포개져 있으면 행복하다.
그녀석 살냄새가 참 좋다.
바라건데...훗날... 딸과 아들이 나와 아내와 같은 배우자를 만났으면 좋겠다.
가을에 만난 사람처럼 내 아이들이 풋풋한 사랑을 했으면 좋겠다.
가을이 맺어준 인연이 내년이면 결혼 10주년이고, 앞으로 그 몇배를 또 지낼 것이다.
지난 주말...우리는 오랜만에 가을을 보았고...오랜만에 마음이 따뜻했다.
가을의 한 가운데에서 만난 내 아내 상정이는...
여전히 설레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