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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전의 연구가 어떻게 HIV치료에 보탬을 주는가?

막스 퍼루츠 (Max Perutz)는 구조생물학의 시조와 같은 사람이기도 하지만, 일반인을 위한 과학관련 글을 쓰는데도 매우 열심이었던 사람이다. 이 사람을 기리기 위해서 영국의 MRC에서는 Max Perutz Science Writting Award 라는 경연대회를 해마다 연다.

이 경연대회는 젊은 과학자 (대개 박사과정) 들에게 다음의 주제로 짦은 글을 쓰라고 하는 것이다.
“네가 하는 연구가 왜 중요한가?” 단, 읽는 대상은 일반인.
다음에 2014년에 최우수상을 수상한 글을 소개한다. 원문은 여기

Christoffer van Tulleken

의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닭에 대해서 앍고 있는가? 뉴욕산의 플리마우스 록 종의 닭인데, 이 닭은 1911년 젊은 병리학자 페이튼 라우스 (Peyton Rous)가 닭 목에 있는 종양을 발견하고 입수한 닭이다.

라우스는 그 닭을 가지고 매우 정교한 실험을 하였다. 아마도 그가 무엇을 찾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한 실험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믿을 수 없을 만큼 정교한 실험이었다.  그는 종양이 난 닭 유래의 종양 조직에서 얻은 추출물을 여과하여 암세포를 제거한 후, 이 추출물을 다른 닭에 주사하자 종양이 발생하는 것을 발견하였다. 즉 그는 레트로바이러스(Retrovirus)라는 종양을 유발할 수 있는 바이러스를 발견한 것이다.

아마도 비슷한 시점에, 콩고의 밀림 속에서 또 다른 레트로바이러스 하나가 침팬지로부터 인간으로 전파되는데 성공하였고, 이 바이러스는 앞으로 6천만명에게 감염될 여정을 떠나게 된다. 이 바이러스는 과학계에 아무런 팡파레없이 슬며시 등장한다. 1981년에 로스엔젤리스의 5명의 게이 남성이 면역시스템이 붕괴되는 특이한 현상을 보였다는 짤막한 보고가 등장한다.

이 논문 자체는 전형적인 의학사례 보고논문으로 매우 건조하게 읽힌다. ? 두 사람이 목숨을 잃은 것에 대한 조의는 그닥 없이 ? 그러나 이 보고 자체는 아마도 금세기에서 가장 중요한 의학적인 보고였을 것이고 우리의 의식속에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HIV) 라는 존재가 등장한 게 바로 이 시점이다.

그러나 바이러스가 여러 종의 생물과 대륙을 넘어서 인간에게 퍼지기 위한 여행을 떠나고 있는 동안,  이 바이러스와는 상관없어 보이는 과학 역시 진보하고 있었다.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가 이제 특정한 지역이나 계층을 떠나서 광범위하게 퍼지기 시작할 때에 이미 우리는 페이튼 라우스 덕택에 훨씬 앞서서 레트로바이러스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즉, 우리가 다른 바이러스에 대해서 충분한 생물학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HIV에 대한 매우 효과적인 치료법은 HIV가 발견된지 20년도 안되서 개발될 수 있었다.

나의 연구 목표는 궁극적으로 치료제를 개발하는데 현재까지 필수적이었던 HIV의 생물학을 이해하는데 기여하는 것이다. 그러나 내 연구는 실험실 수준의 시험관 속에서 진행되는 것으로써 아마도 이것이 환자에게 적용될 치료법이 되기까지는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

내 연구주제는 HIV가 어떻게 면역시스템을 파괴하는지에 대한 의문과 관련되어 있다. 아마도 HIV가 지금까지 가장 많이 연구된 감염질환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우리의 HIV에 대한 이해에는 큰 갭이 존재한다.

대개의 모든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HIV는 생물체와 화학물질간의 중간적인 존재이다.  즉 HIV는 약간의 유전정보를 감싸고 있는 일종의 단백질 덩어리이다. 바이러스는 자기복제를 하지 못하므로, 살아있는 세포에 감염하여 세포의 기작을 이용하여 자신을 복제해야 한다. HIV는 우리 몸의 면역계를 구성하는 중요한 세포에 특이적으로 감염되고, 수년에 걸쳐서 이 세포는 죽어나가게 되고, 면역시스템이 악화되어 환자는 암이라든가 폐렴과 같이 LA에 최초로 보고된 에이즈 환자와 같은 질병을 앓게 된다.  문제는 어떻게 HIV에 의해서 면역세포가 죽는지는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몇가지 예비데이터에 따르면 이것은 손상된 DNA를 복구하는 인간세포의 시스템과 관련이 있다.

DNA를 복구하는 단백질은 HIV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데, 다른 레트로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HIV 역시 유전자를 인간세포의 DNA 로 삽입시키기 때문이다. 즉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우리 DNA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HIV는 세포의 DNA를 자르고 자신의 유전자를 삽입해야만 한다. 이렇게 잘린 DNA는 세포가 가진 DNA 복구단백질에 의해서 다시 복구된다. 아마도 이 단백질은 면역세포가 점차적으로 사라질때 자살을 유도하는 동일한 복구단백질일수도 있다.

나는 HIV가 이러한 DNA 복구 단백질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이해하려고 한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 세포내에 있는 DNA 복구단백질을 하나씩 없앤 다음 그 영향을 살펴보고 있다. 만약 우리가 HIV와 상호작용하는 단백질을 제거한다면, 면역세포가 죽는 것을 억제할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이런 역할을 하는 약물을 디자인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냥 얼핏 보기에는 나의 연구의 가치는 HIV를 치료하는 보다 나은 치료제 개발에 기여하는 것에 국한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연구의 가치를 예상되는 결과만 가지고 정당화하는 것은 비논리적이고, 솔직히 무식한 일이다. 만약 연구에서 얻는 결과가 완전히 예측대로라면 어찌 그것을 제대로 된 과학연구라고 하기도 부르겠는가. 어쩌면 지금 하는 HIV에 대한 연구를 통하여 인간 세포내에서 DNA 복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르고, 어쩌면 내 연구 결과가 나중에 암 치료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물론 내 연구 결과가 HIV나 암 치료에는 큰 보탬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결과가 미래에 발생할 수도 있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치명적인 질병의 치료에 보탬이 될지 지금 누가 알겠나.  즉 라우스가 100년 전에 연구한 닭 목에 난 종양에 관련된 실험이 나중에 HIV 가 창궐했을때 그 치료법을 개발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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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현정 2014.11.13 20:32
    우리 연구실에서 진행하고 있는 모든 연구들이 논문 publish를 넘어 훗날 큰 발견 혹은 연구로 남길 바라며... 화이팅 하겠습니다!

    더불어, 꺼진불도 다시보자의 심정으로... 나오는 data를 편견없이 재해석 해볼 기회를 가져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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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태우 2014.11.13 20:41
    “네가 하는 연구가 왜 중요한가?” 단, 읽는 대상은 일반인.

    대상이 일반인일 때는 글 쓰는데 엄청 고민을 해야할텐데... 한번쯤 자기 마음속에 있어야 하는 주제같네요...
    우선 리플부터 달고 정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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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지훈 2014.11.13 20:45
    아~!!! 굉장히 작아보이는 오늘 저의 실험을 다시 돌아보게하는 글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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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범석 2014.11.13 21:55
    세간의 주목을 받는 연구와 훌륭한 연구가 반드시 같은 말은 아니군요.. 저렇게 보이지 않게 인류에 공헌한 연구는 훗날 그 가치를 재조명받을 필요도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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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기 2014.11.14 09:00
    연구의 중요성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마음에 새겨 놓고 연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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