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하면 소톱 밑 질러서 피내고,
감기들면 더 바쁜듯이 실험실 이곳저곳을 돌아다녔고,
상처나면 소독하고 밴드 하나 붙이고...
정말 병원에는 가기 싫었다.
약도 죽어라고 안 먹었다.
"인명재천"
나를 달래는데 이보다 더 생광스런 말이 또 있을까
박사과정을 끝낼무렵
아침마다 나는 혈압약을 꼬박꼬박 먹게 되었다.
어쩐지 민망하고 부끄러웠다.
코피가 너무 많이 나서 이비인후과를 갔는데...고혈압이라더라..
모르고 지냈으면.....그래도 그럭저럭 세월은 갔겠지...
요즘은 복부 비만으로 성인병을 의심하기도 하고,
가끔씩 뒷목이 뻐근해 지기도 한다.
하지만 억울한 거 하나도 없다.
힘들고 어려웠던 배움의 시간들이 그렇게도 흘렀건만
그 시간들은 너무나도 짧고 아름다웠다.
편안히 눈을 감고 되돌아 보는 내 박사과정의 시간들은 너무도 짧고 아름답다.
그때는 왜 그게 보이지 않았을까.....